작은 원룸에서 특별한 취미 활동 없이 혼자 사는데도 매주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나온다. 오피스텔 분리수거장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쓰레기들은 결국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걸까. 일주일 동안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을 계산해 보려다 귀찮아서 관뒀다. 계산하지 않아도 자명하다. 하여튼 무지하게 많다.

인류세 (Anthropocene)가 등장했다. 미국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와 네덜란드 출신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루첸이 작금의 인류가 살고 있는 홀로세를 대신하여 인류가 지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시점으로부터 또 하나의 별개의 세(世)로 제안한 개념이다. 먼 미래의 인류가 지질학적으로 현재를 조사하면 지구를 지배한 건 무수한 닭들이 되고, 플라스틱 화석이 하나의 지층을 이뤄서 발견될 거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 종일 쓰레기를 만든다. 거기서 문제를 느껴 쓰레기를 줄이자, 더 나아가 낭비하는 (waste) 삶의 양식을 바꾸자는 운동이 생겨났다. 바로 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 운동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2003년부터 공병수거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매년 6월에는 에코 손수건 캠페인을 펼치고, 전세계 8개국과 함께 ‘이니스프리 그린 포레스트 캠페인’도 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친환경 캠페인인 ‘플레이그린’ 페스티벌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로 웨이스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년에는 ‘I like zero’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이 열렸다.

록시땅은 2019년 4월부터 ‘Refill, Recycle, Rethink Beauty’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매장으로 가져가면 제품을 5% 할인해주는 캠페인이다. 덕분에 한달에 1톤 정도의 공병이 수거되었다고 한다. 또한 록시땅은 베스트셀러 제품을 리필용으로 출시했다.

제로웨이스트에서 가장 선두에 선 브랜드는 러쉬다. 애초에 물이 필요 없는 비누 형태의 ‘바’ 제품을 최소한의 패키지로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쉬의 창립자인 로웨나 버드는 매일 집 앞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사람이 그거 주워서 얼마나 달라질까 생각하겠지만, 각자가 안 버리고 줍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분명할 것이다.

뉴질랜드의 plastic-free 뷰티 브랜드인 Ethique는 Ethique School을 운영한다. 4세부터 10세의 아동들에게 적합한 활동을 제공하여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대한 글을 쓰게 하고 적절하게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독일 소비재 대기업 헨켈은 제로웨이스트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포장을 100% 재활용,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의 보고에서 이미 5월에 2020년 목표치의 1/3을 달성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31%로 줄이고 폐기물의 양을 40% 줄였다고 한다.

미국의 브랜드 Glossier는 최근 소비자들이 웹사이트에서 포장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Juicy Beauty의 Blemish Clearing Cleanser를 재출시 하였다. 25%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과 혼합하여 사용하고, 라벨은 식물성 잉크로 인쇄했다. Bond No. 9은 18가지 색상의 리필이 가능한 립스틱을 출시했다. 이 립스틱은 더 가벼운 포장재와 작은 플라스틱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건 브랜드인 Aromatica는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과 친환경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거나, 수축필름포장을 하지 않고 100% 재활용 가능한 유리 용기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로레알은 2018년, Quantis와 함께 SPICE (Sustainable Packaging Initiative for Cosmetics)를 설립하여 업계의 지속가능한 포장을 향한 움직임에 동참했고, 프랑스 브랜드 Bourjois 역시 친환경 포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밤, 버터, 썬 스크린 등의 용기로 종이나 골판지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가 개발되기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O2O (Online to Offline) 플랫폼이 대세로 떠올랐다. 다양한 전자상거래를 비롯해서, 싱싱한 식자재를 매일 아침 문 앞으로 배달해주는 쿠팡프레시와 마켓컬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상당히 성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델이다. 그런데 환경적인 면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100% 종이 패키지나 물을 얼린 아이스팩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건을 주문하고 나면 필시 주문한 물건의 부피보다 생기는 쓰레기의 부피가 크다. 가끔은 ‘이렇게까지 꽁꽁 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성이 넘치는 포장으로 배달해준다. 필시 그 ‘꼼꼼한 포장’이 소비자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리라. 제로 웨이스트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선 중요한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있는 만큼, 소비자들도 세 겹, 네 겹으로 포장된 물건을 받아 들고 잘 대접받고 있음에 흡족할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포장과 약간의 흠 정도는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사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